화가에겐 화선지가 있고
작곡가에겐 오선지가 있다면
농부에겐 논과 밭, 산과 들이 있습니다.
농업은 표현의 장입니다.
가장 기초가 되는 문화생산의 터전입니다.
농업이 교육기호학으로 승화하면 교육농업이고
농업이 둘도 없는 놀이로서 즐겁다면 놀이농업이고
농업이 인간치유의 역할을 다했다면 치유농업이고
농업이 대지예술로서 가꿔진다면 예술농업입니다.

농업교육은
상추는 이렇게 심고 거두는 거란다 가르치는 것이고
교육농업은
상추와 벌레, 풀이 공생하며 자생력있는 상추가 되듯
우리도 더불어 살아야 한단다 라고 인간의 이야기를 지어가는 것을
교육농업이라합니다.
교육농업, 놀이농업, 치유농업, 예술농업, 이야기농업, 복지농업, 공유농업,
경관농업, 영성농업, 통일농업, 도시농업 등을 일컬어 문화농업이라 합니다.

창세기 이야기에 보면
태초에 농부가 있었습니다.(창세기 2장 15절)
첫 농부가 한 첫 번째 농사는 이름짓는 것이었습니다.(창세기 2장 19절)
몸짓이던 세상에 이름을 지으니
꽃된 세상이 되는 문화농업이 태초에 있었습니다.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어느 대상에 대해 관찰하고 해석하고 언어(시)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생태적이며 시적인 인간이 창세기 인간론입니다.
신은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농부와 시인을 만든 것입니다.
별(辰)을 노래하는(曲) 농(農)업은 태초부터 있었습니다.
오로지 자본 형성이 목적이 되어 버린 시대에
문화농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상상합니다.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이 떨어져 한알한알 포도알이 되고 낱알이 되었다는
동화같은 세상을 회복하고 싶습니다.
내가 먹는 밥이 하늘이고 밥을 먹은 인간이 하늘이라는
인간 존엄을 회복하고 싶습니다.